이번에 제시되는 드로잉과 종이 구조물은 최근 지나 온 우리사회의 현상들에 대한 다양한 감정의 소환 방식들이다. 먼저 특별한 표현적 방식이 아닌 덤덤하게 연이어 가는 붓질로 이루어진 바다 드로잉은 오려지고 다시 재구성되어 흰색 종이위에 안착된다. 어릴 적 고향 제주도에서 비쳐진 ‘바다’는 세월호 라는 가슴 아픈 사건 이후 정의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레이어들로 재해석되고 다시금 무채색 종이위에 새겨진다. 종이구조물로 만들어진 조형작품 역시 이러한 사건 주변에 있는 우리들 스스로의 침묵과 망각, 그리고 편견적 시선을 역설적 방식으로 다가가며, 스스로에게 물음을 제기한다. 그리고 평면회화에서 보여지는 군중시리즈는 얽혀있는 대중들의 불명확한 잔상들로 일종의 감정전이이며, 지금 우리주변의 사건과 현상들에 대한 드러나고 감춰진 다양한 감정반응의 이미지 덩어리들로 절제된 색채 속에서 시각화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대기 속에 미세한 먼지들은 우리의 시각을 방해하고 간섭한다. 그와 같이 현대 우리사회의 이기적인 권력, 자본, 매스미디어 등은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의 인식과 사고과정에 개입하며 작동한다. 나와 타인이 존재하는 사회 공간 속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 다양한 외부요인들로 갈등과 충돌 속에 감정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이러한 감정의 언어들은 지금의 시간과 현상을 해석하고 기록하는 시각적 이미지들로 드로잉, 영상, 조형설치로 새롭게 의미화 된다.

작가노트 中, 2018